사실주의의 시조였던 뤼미에르처럼, 초현실적 영화 전통도 멜리에스를 비롯한 프랑스 초기 영화에서 시작되었다. 195-60년대 프랑스에는 다시 한 번 영화와 세계를 뒤흔들 변혁의 기운이 움트고 있었고 그 주역은 ‘누벨바그’ 감독들이었다. 제4, 5공화국이 수백 편의 영화를 상영 금지하는 상황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풍자와 성찰의 그릇인 SF를 도입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필적하지 못하는 물량은 물론 그들의 전복적 철학과 미학으로 채워졌다.    
누벨바그보다 조금 앞선 세대였던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은 후배들의 출현을 예비하며 프랑스 SF영화의 첫 장을 열었던 작품이다. 뭇 처녀들을 숱하게 죽이면서 딸의 행복만을 바라는 의사는 알제리 전쟁에서 흘린 피에 눈 감은 채 ‘강한 프랑스를 건설할 전능한 아버지'로 군림한 드골 재임 초기의 분열 징후를 보여준다. '센 강 좌안파'로 함께 묶였던 크리스 마르케와 알랭 레네는 <환송대>와 <사랑해, 사랑해>에서 따로 또 같이 '시간 여행'을 감행한다. 그들의 영화는 새로운 영화적 시간과 공간 창조는 물론, 역사와 사회의 기억에 대한 사유로까지 나아간다. 랑글루아와 바쟁의 아이들이었고 함께 단편을 만들며 영화 인생을 시작했던 고다르와 트뤼포는 나치즘과 미․소 냉전, 고립주의를 제창하는 프랑스 사회를 겪으며 체득한 공통 관심사-전체주의 사회-를 <알파빌>과 <화씨 451>에 담았다. 프랑스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블랙 문>은, 현실 폭력을 초현실주의적 사건과 뒤섞어 '지금, 여기’를 초월하려는 몽상의 에너지를 강렬히 뿜어내는 루이 말의 괴작이다.
(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