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발상이나 과격한 표현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들이 있다. 그들은 때로는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고 때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지만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관심사를 담아낸다. 장르가 가진 영화적 즐거움과 관습에 저항하는 도전적인 정신이 만날 때, 영화는 일상사의 경계를 흔드는 둔기가 되고, 모든 것에 웃음 지을 수 있는 즐거운 유희가 된다.

논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뚜렷한 진정성을 가진 영화를 소개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적인 순간을 즐기려는 준비된 관객을 위해 금지구역 섹션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11회 PiFan은 5편의 영화를 선정하였다.

먼저 올해에는 표현의 수위보다 심리적 진동이 큰 작품들이 주목을 끈다. 살인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를 뒤흔드는 <그림 러브 스토리>와 특정한 성적인 취향에 대해 범람하는 포르노가 보여주지 못하는 접근을 시도한 다큐멘터리 <바쿠시, SM 로프 마스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작품 모두 세상의 규칙에 의문을 던지고 여운 또한 만만치 않다.

김진원의 <도살자>는 금지구역에 포함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마음먹고 만들어낸 고어물이며, 살찐 몸에 대한 욕구와 증오를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연결시킨 <먹이>는 상영시간 내내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로이드 카우프만의 신작 <폴트리가이스트>가 있다. 좀비 닭들이 인간들을 습격하는 소동을 따라가다 보면 피비린내 나면서도 유머러스한 B급 영화에 숨겨진 즐거운 반역의 정신이 우리를 기다린다. (권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