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은 젊은 영화감독들이 무한한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감수성, 장르적 실험과 작가적 고민을 역동적으로 펼쳐 보일 수 있다는 데 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호러, 오컬트, 고어, 스릴러, 판타지 등의 장르는 이러한 단편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전통적으로 PiFan의 상영 부문 중에서 가장 열띤 반응을 얻어 왔던 판타스틱단편걸작선에는 올해 총 58편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에는 판타스틱 장르 안에서 각각의 장르가 가진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는 단편들과 더불어, 장르 자체에 대한 실험적 접근이나 젊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정, 상영한다.

소재로 살펴보면 올해 역시 유령, 귀신 등 초현실적 존재에 대한 영화들이 크게 눈에 띤다. <버스를 타다>는 한국 호러영화의 핵심 장르인‘여고괴담’의 틀을 따르는 작품으로 완성도 높은 고어적 비쥬얼이 주목할 만 하며, 살해 된 강간 피해자가 복수를 위해 유령으로 귀환하는 <돼지의 최후>, 유령이 출몰하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통해 거대 도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잠시 외출했을 뿐이다>는 유령 영화의 다양한 변주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한편 우리 주위의 일상을 기묘한 판타지로 비틀어버리는 작품들도 도드라진다. 공공장소의 포스터와 그래피티라는 환경을 자본에 갇힌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알레고리로 접근하는 <예술과 벽보 사이>, 성적제일주의를 기이한 물체에 빗대어 넌지시 비판하고 있는 , 이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온라인 게임의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일상탈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유기견이 자신을 버린 가족들에게 복수한다는 <가족 같은 개, 개 같은 가족> 등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일상의 다양한 요소들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젊은 감수성으로 가득 차 있다.

연쇄살인범이나 괴물, 신체변형이나 사이보그 같은 판타스틱 장르의 익숙한 전형들을 톡톡 튀는 재기로 담아내는 작품들 역시 장르 단편 영화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로맨스와 연쇄살인 스릴러를 오가는 <핸디맨>이나 디스 토피아 SF의 틀에서 인간과 사이보그의 대치를 다룬 <뼈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다시 불러온 <쟈크 박사 와 하이도그씨> 등은 판타스틱 장르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단편들. 여기에 매년 PiFam을 찾는 루이스 니에토 의 <니에토 교수의 애니메이션 강의>와 <니에토 교수의 바퀴벌레 강의>나 <강도견습생> 등의 작품들은 단편 영화 만이 가지고 있는 속도감과 반전의 매력을 유감없이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