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PiFAN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폐막작은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혜성 조코 안와르의 <비밀>이다. 지리상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느 도시, 무뚝뚝한 형사 에로스는 범죄 집단의 방화로 다섯 명이 사망하는 사건을 담당한다. 한편 기면증으로 고생하는 기자 자누스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다니던 잡지사에서는 해고당하고 아내에게는 이혼당하기 직전이다. 여기에 집단 방화 사건과 관련된 단서를 알게 된 자누스는 그 단서를 이야기해준 사람들이 모두 죽어간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같은 사건과 연루된 에로스와 자누스는 단순한 방화 사건 이면에 훨씬 거대한 음모와 비밀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비밀>은 발랄한 코미디인 <조니의 약속>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룬 안와르의 두 번째 작품.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탄탄한 플롯과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 그리고 전작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현란한 비쥬얼을 자랑한다. 암시적인 정치적 비판과 인도네시아의 구국 전설, 디스토피아적 감수성과 세련된 시각적 스타일의 혼합은 6억원의 제작비를 무색케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과감하게 느와르 스릴러를 시도한 <비밀>은 전통적으로 전설에 기반한 호러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가 강세를 보이는 인도네시아 영화계가 올해 배출한 최고의 성과로, 박스오피스에서의 대성공은 물론 국내외 평자들로부터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지평을 넓힌 작품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