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SF물 <지하광산의 괴물>로 데뷔한 이후 헬만은 서부영화와 범죄드라마 같은 장르영화에 주력했다. 그의 영화는 <이지 라이더>처럼 혁명적이지 않았고, <잃어버린 전주곡>처럼 지적이지 않았으며, <대부>처럼 미국사회와 역사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장르영화이면서도 고전적인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따르지 않은데다, 드라마의 고저 없이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 영화는 무채색에 가까워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헬만이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발표한 대표작들이 미국인의 흔들리 는 정체성과 암울한 사회상을 실재했던 모습 그대로 반영한 미국영화라는 것이다.

몬테 헬만은 50년 가까이 영화를 만들 동안 알게 모르게 50편이 넘는 작품에 관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크레딧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경우는 많지 않다. <저수지의 개들>의 제작자 같은 몇몇 그럴듯한 타이틀을 제외하면, 대부분“주어지는 대로”임했던 탓이다. 그는 대타 감독으로 일하기를 꺼린다거나 작은 일이라고 거절 하는 법이 없었으며, 자신의 전력을 숨길 마음 또한 없다. 헬만은“나는 내게 흥미로운 작업을 추구했을 따름이며, 동시에 내게 주어지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요즘에도 흥미로운 건 많은 반면 주어지는 일거리가 적다.

그래도 나는 같은 길을 계속 간다. 그것이 내가 아는 단 하나의 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헬만의 영화는 그 자체로 독립영화제작자의 생존 방식에 대한 중요한 기록이다. 헬만은 <지하광산의 괴물>을 만들던 때부터, 누구로부터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가르침을 얻기도 원하지 않은 채, 스스로 영화 만들기를 터득해온 사람이다. 그것이야말로 (영화의) 아버지가 사라진 땅에서 아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